현실/일상

n번째 탄생을 축하합니다.

Onieeeon 2024. 1. 28. 00:15

 

 

늘 이맘때에 크게 앓는다. 

생일 당일이거나, 전날이거나.

 

별 일 없이 눈을 떴다가 근육통과 두통에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고 

누워있는 김에 이불을 정수리까지 덮고 다시 잠들면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럴 거 같았는데- 어쩐지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고통스럽게 깨어나기만 하니 뭔가 잘못된 게 느껴지더라고. 

오기로 잠들었다가는 연락이 닿지 않은 누군가의 걱정으로 구급차를 타게 될까봐 

숨을 몰아쉬어가며 병원으로 나섰다. 

 

그래, 어쩐지 주변에 독감환자가 많긴 했지. 매년 아프던 날에 안아프면 서운할 줄 알았는지 또 고스란히 옮았다. 

열이 꽤 있었는데 집에 가서 다시 눕고 싶은 생각만 가득해서, 그냥 주사와 약만 처방해달라고 힘없이 고집(?)부렸는데

그러기에는, 진료 대기하는 와중에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물이 줄줄 새고 있던 멋진 성인. 

의료진들은, 이런 자를 가만둘 수 없어 열내리는 수액이라도 하나 맞고 가시면 안되겠냐며, 감사하게도 붙잡아주셨다. 

그거 안맞았으면 저는 지금까지도 이족보행이 불가능했을 거 같아요...

 

독감으로 병가를 써 볼 일도 생기니 독특한 경험이었다. 

열도 이렇게 나면 숨만 쉬어도 눈물이 조록조록 흐르는구나- 하는 것도 알았고.. 

날짜도 날짜인지라, 왕이 있던 시대였다면 민간신앙으로 이겨냈어야할 고통이다. 

현대 의학의 발전과, 누릴 수 있는 나의 삶에 새삼스러운 감사를 전해. 

 

이만치 살아오면서도, 세상에는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한 게 없다. 마음 깊이 고마운 것이 참 많아. 

생일즈음에 이쯤 앓고 나면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올해 생일도 무사히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