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일상

행복의 엔탈피와 비가역적 인간관계

Onieeeon 2024. 9. 27. 10:32

 
 
 
4분기. 
이제는 정말 연말이라니. 
날씨로 9개월을 속았지만 가을은 틀리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에는 공연을 몇 개쯤 보러 다니면서 바쁘고 정신없는 연말을 보냈지만 
올해는.... 요즘 나의 상태로는.. 가고 싶은 공연이 “가끔” 있는 게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인규의 공연을 드디어..!)
 
얼마 전에는 회사에 오래 계셨다가 퇴직하신 분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사냐는 물음에 인간 됨됨이에 대한 고민을 하고 산다 했다.
‘그게 무슨 기준 없이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잔소리 들은 게 불쾌하게 남아있고 
나에게는 정말 이것이 가장 고민이고 중요한데요.

최근에야 깨달았는데- 내 사람들이 많이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내가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고 있더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말을 하고 나의 작은 존재가 순간순간의 위로가 되었으면 싶다.
새롭게 알게 되는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다정한 대화도 소중하다.
[고작 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감동이고,
언젠가는 흐려지고 멀어지고 잊혀지겠지만 여러 좋은 분들 덕분에 저도 많이 행복해요.]

나의 일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고,
나의 행복은 혼란한 일상과 평형을 이룬다.

연휴에는 보통의 덕담을 잔뜩 듣고 왔다.
연애는 어쩌고 결혼은 저쩌고 하는 흔하고 평범한 명절 덕담.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일상이 극도의 무질서를 향하는 중이라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이 혼란한 일상에 부유하는 일뿐이다.
좋은 인연이 성큼 오는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나에게는 아무 의지가 없는데
이렇게 지내다 보면 무질서가 어쩌다 질서를 이루기도 하겠지.
그러니 제발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ㅠㅠ..

어..... 그리고, 감기몸살이 심하게 왔었다.
열이 38도까지 끓는 아찔한 새벽을 보냈지만 꾸역꾸역 출근도 했다.
아픈 걸 아파할 시간도 없이 야근까지 하고 집에 와서는 씻지도 못하고 거실에서 잠들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지내야 하는데, 3시간쯤 자고 빈속에 커피만 마신다.
좀 더 건강을 잘 챙기고 주어진 일을 멋지게 해낼 줄 알았건만 이런 시기도 걷는가 보다. 
(사실 근무지가 이 지경이 되지만 않았어도..)
 
앞으로 몇 년이나 더 버거운 시절을 보내게 되려나. 
2개월 정도만 회사와 단절된 채로 쉬면서 하고 싶은 것들을 지겹도록 하다가 돌아오고 싶다. 

죽기 전에 내가 마신 커피를 몇 잔이나 후회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