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근황
오랜만에 부산에 다녀왔고, 나눴던 모든 이야기가 즐거웠다.
꼬박 1년 만에 근무지가 다시 바뀌었고, 쓸 수 있는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
이제 악기 연습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더 늦게 잘 수도 있어..!
3월에 자전거 타다가 박살 난 안경도 새로 맞추고
다이어리를 조금 더 길게 써야지.
긴 머리는 도저히 어울리지가 않아서 중간에 한 1-2년 제외하고는 근 15년 정도
짧은 머리인데, 최근 3년간 인생컷 해주던 미용실이 갑작스럽게 문을 닫아서 슬펐다.
실장님 저는 이제 어디로... 😭
어릴 때, 포켓몬스터에서 푸린이 마이크만 잡으면 모두가 잠들길래
실제로는 대체 뭘 듣고, 어떤 걸 부르면 모두를 잠에 빠뜨릴 수 있을까 궁금했었다.
근데... 20대 초반에도 의아했는데, 내가 녹음해 둔 걸 듣거나 써놓은 걸 읽으면 유난히 졸림.
지루하고 재미없고 느긋하기만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역술인이, 나는 플레이어로서는 영 어려울 거라더니 이런 건가. (정수리 벅벅 긁긁)
요즘은 음악도 듣지 않고 글도 읽지 않고 타인에게도 관심 없는 시대인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사람들은 AI와 대화한 것을 주제로 대화를 하고 있고
그 흐름에서는 필연적으로 '사람보다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나는 이게... '사람이 세상과 타인에 맞닿아서 갖춰가야 할 성품과 태도'가
더 이상 불필요한 것으로 전락하는 것 같아서 좀 서글퍼지긴 했다.
타인에게 함부로 말하고 상처받은 모든 사람들은 AI에게 위로받는 세상이 이미 온 것 같아.
대화형/생성형 AI 서비스를 별로 선호하지도 않고 쓰지도 않아서 흐름을 따르지 못하게 되었고
기껏해야 번역하는 정도로만 쓰니까 문명의 이기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구형 인간으로 살아가겠구만..
애니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책도 많이 보고 있지만 새로운 걸 예전만치는 못 찾겠다.
시를 읽고 음악을 듣다 우는 일은 여전히 일상이고 자기검열/연민/혐오도 여전히 일상이다.
단절하고 내 세상에만 갇히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어차피 쓸모없는 걸 꺼내봤자 본질이 달라지진 않아요.
와중에 용기를 조금 내서, 녹음한 것을 주변에 가끔 들려주지만 자기검열이 자기혐오로 바뀔 뿐이다.
엄청 마르면 예뻐지려나 싶어서 달리기를 할까-하면, 항상 장마철..
마르고 예쁘고 멋진 사람들만 있는 곳에 규격을 벗어난 불량품으로 살아가는 기분임..
입지 않는 옷을 싹 정리했는데, 그래도 셔츠가 아직 스무 벌도 더 있다. 그래놓고 셔츠 또 삼, 희희.
여름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이번 여름은 좋아해 보려 했는데,
땀샘을 모조리 막아버려야 좋아질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