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뒤안길로 흩어지는 음악들을 자꾸 붙잡는다.
이토록 단단한 음악들을 이렇게 지나쳐가도록 둘 수 없다.
흔한 보컬, 뻔한 코드진행, 식상한 사랑가사,
이것이 모두 특색이라고 포장되는 구분 없는 음악들에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 아무것도 듣지 못한 하루가 있었다.
소모적으로 써 내려간 추상의 표현은 공기만큼의 밀도도 갖지 못한다.
좋은 음악을 찾으면 가사를 써두고 한참을 들여다본다.
산뜻한 멜로디에 담겨있는 마음이 전혀 가볍지 않아, 감탄하기도 하고.. 그렇게 지낸다.
최근에는 박준하 님의 곡을 읽었다.
출근시간의 광역버스는 대중이 없어서
거의 지각을 할 뻔 하거나 터무니없이 일찍 도착하기도 한다.
그날은 터무니없이 일찍 도착한 날이었는데,
더운 공기가 빠진 날씨에 [우리는 서로의 착각이었네]를 들었던 게 무척 좋았다.
이인규 님의 계기가 되신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감히..!🫣)
정확한 워딩으로 전해져야 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를 듣지 않고도 사랑을 느끼거나
보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고도 그리움에 사무치는
조밀한 감정이 참 소중하다.
무척 따뜻하고 건조한 목소리가 양손에 멜로디와 가사를 잡고
다정하게 들려오는 게 특히 좋다.
(강릉, wonder, WAVE, GET CLOSER, 내 이름은 연애... 아무튼 모든 곡을 들어보시기를 제안드립니다.
그늘이 드리워진 조용한 가로수길을 해 질 녘까지 하염없이 걷는 것 같아요.)
§
어떤 시절에,
폭우가 내리던 날 구둣발로 나를 만나러 와서는
발이 축축하게 젖어 힘들어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와 헤어지던 날에는, 많이 슬픈 채로 집에 들어와서는
그 친구가 너무 힘들어했던 그 날의 기억에-
"양말 잘 말려신고.." 하며 마지막 문자를 보냈다.
앞으로 안부를 물을 순 없을 테니, 그의 양말에 안녕을 새겼던 것 같다.
그런 일들을 떠올리다보면...
내 마음이 가끔 너무 무거웠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지우개를 손등에 올려두는 일이 뭐가 무겁겠냐마는
단지 몇 시간만 지나더라도 손등이 아려오는 것을 겪어보지 않았다면야.
오른손에 얹어둔 내 마음을 왼손으로 쥐었어도 되었을 일이
이렇게 치워버릴 일이 될 줄은.. 나도 참 무책임 했던 거다.
여하튼, 박준하 님 곡을 몽땅 듣다가 기억의 뒤안길에 흩어져있던 다른 기억들까지
뭉게뭉게 피어올랐지만.. 지난 것은 늘 미화되어 있어서 나의 반추만 또 이렇게.. 하하..
전해지지 않을... 못할... 것 같은 긴 이야기를 길게도 적었다.
언젠가 검색에 걸리게 된다면, 제가 참 잘 듣고 있습니다. 😌
'현실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에 부는 당신의 여름 (3) | 2024.10.10 |
---|---|
모브닝의 보스몹 레이드와 에필로그 (0) | 2024.10.02 |
Take my acrylic wall. (0) | 2024.07.16 |
그리고 넌 누구냐면, 떠나는 사람인 거야. (0) | 2024.06.23 |
かさ☔︎ (0) | 2024.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