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결단코 할리가 없는 생각을 한다.
특정할 수 없는 여러 다수와, 고작 나의 마음의 크기를 비교하며 결국 나의 것은 하잘 것 없을 뿐인 것을 구태여 확신하는 일.
불가산 명사를 억지로 세고 있다. 네 마음 하나, 그의 마음 하나, 내 마음 하나.
다가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나의 문제인가.
없는 벽을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인지, 거리를 두고 먼 발치에서 지켜보는 게 예의인지.
편지는, 혼자서 허겁지겁 말하는 일이라, 담담하고 우아하게 쓰기가 참 어렵다.
말이 길어지면 물을 잔뜩 머금고 울어버린 도화지가 된 기분. 급하게 쓴 글은, 읽으면서도 숨이 차다.
50미터 달리기 같은 편지를 얼마나 많이도 쓰고있나.
지긋지긋한 외사랑을 하다보면, 마음에 지쳐서 내가 정말 상대를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한다는 나의 믿음인 것인지 도무지 구분되지 않는 순간이 온다.
어떤 날은 가당치도 않은 희망이 생겼다가도, 일상으로 돌아와있는 사이 단념하게 되고. 냉탕과 온탕 수준이 아니라, 불구덩이와 눈 속에 번갈아 파묻히느라 바쁘다. 잠시 희망을 가지는 시간은, 불구덩이와 눈 속을 오가는 그 찰나일 뿐이며, 극명한 온도차이는 망가지기에 충분한 대비를 갖는다.
지지부진해질수록 쓸 수 있는 글이 많아진다.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랐던 날은 말이 많아졌었다.
현실/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