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하던 기침이 올해까지 넘어왔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그렇게 이브처럼 보낸 적이 또 없었고,
그렇게 또 갑자기 엄청 아픈 적은 오랜만이었다.
비유하자면.. 상온에 방치해서 수분을 잃고 구부렁해지는 느타리 버섯 한 줄기 같았다해야하나.
정작 아플 당시에는 열이나 나고 몸살이나 심했는데
아픈 게 끝나니 갑자기 기침을 시작했다.
기관지가 건강하지도 않으면서 평소에 왜 이렇게 혹사 시켰을까.
-하며, 아이스 커피 달각달각....
이제는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될 것 같아, 가습기를 샀다.
무려, 핫하다는 가열식 가습기를..! 샀다!
연말까지 이것도, 저것도 모두 바빴다.
그치만 오가는동안 사유할 거리도 많았고 사색도 실컷 하며 써야할 것이 넘쳤던 것이 꽤나 좋았고,
좋아하는 공간에 앉아있는 시간도 무척 좋았는데 말이야.
크게 바뀐 것도 없이 단지 외근이 줄었을 뿐인데
이상스레 더 바빠져서 완성하지 못한 글들도 들춰보지 못할 지경이 되어서 슬플 따름.
어딘가 다녀오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긴 했어도 정신적으로는 고요와 평온이 넘치는 시간이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으니, 버틸만한 체력일 때 적당한 이동시간을 누려야지.
바쁜 일상 탓에, 약간의 활력을 잃고 광기로 버티고 있다.
한 구석에 짐이 몰려있거나, 어느 구석이 창고처럼 되어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제대로 집 같은 구성을 갖추는 중이야.
그래도 역시 거실은 숲인 게 좋아, 오만가지가 다 초록색이다. 아주 좋아!
둔하고 뭉툭한 표정을 짓는 나를 떠올린다.
한 번도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지만 자존감이 바닥나는 나를 생각하면 그런 얼굴일 것 같아서.
웃고 지내는 것에 비해 어딘가 침잠하는 생각을 하고 지내는 것을 누군가는 기분 나쁘게 여기면 어쩌나
그런 것에도 종종 전전긍긍한다. 종종, 전전, 긍긍...
애써 숨기지도 않는데 드러내면 안보이는 척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우울하다고 표현하면 서운하고, 양자역학의 측면으로 말하자면 '바닥상태'일 뿐인데요..
.. 그냥 매사 양자역학이나 유체역학이나 우주같은 생각이나 하고 있다.. 돌은 건 아닌데..
난방비가 두려워 보일러를 팡팡 틀지 않았지만, 오늘은 진짜 따뜻하게 하고 자야겠다.
이유는 없고, 기분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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