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거나 쥐고 공상하다 보면
- 그래서 과연 내 삶의 끝에서 나는 어쩌고 있을까,
하는 것으로 괴어 든다.
최종으로 내 귓전에 어른거리는 음악이 무엇이려나, 어떤 글이 생각나려나,
그런 것과 함께, 무엇을 후회하려나 하는 생각에서 자꾸 헤맨다.
나에게 후회는 불가피한 것인 줄 최근에야 알았으니.
후회를 꼽아보게 된 계기는 현재의 경제활동에 대한 괴로움 때문이었지만,
그렇다고, 여전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것은 아니야.
괴로워도 내 가계는 건재해야지..
작년 말일의 글처럼 어떤 의미로는 천직일 수 있잖니.
후회할 일에 대해서 계속해서 생각해보고 있다.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모든 게 한 맺힐 일이니까 그것은 차치하고
내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보며, 천추의 한이 될 일.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떠올리다 보면, 결국에는 희미한 그 모든 것이
내가 어느 지점에서 영민하게 타협한 일들이었음을 선연하게 깨닫는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서는 정말 치열했을지언정,
내가 원했던 사람, 일, 물건은 모두 뒤로 미루고 적당히 타협하고 지내왔으니까.
세상에 구르기 전에 진즉 염세적인 척, 그게 똑똑한 건 줄 알고.
요즘은, 게 중에서도 유독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과 사랑에 마음이 경경하다.
그래서...
어쩌다 한 번 내 마음 같은 것이 나타나면 대단히 용기를 내야겠다 다짐하다가,
이런 생각의 끝에서- 내가 사랑에 꽤나 큰 마음을 쓰는 걸 발견하고는 겸연쩍어졌다.
팔자 좋게 사랑 넋두리 하려는 건 아닌데, 확인받지 못하는 내 마음에 솔직하기란 어찌나 두려운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내 안의 기준들에 자존심만 날이 서고 고집만 늘어간다.
귀 밝은 잠에 절절하고 심란한 꿈이나 꾸는 것도 우습고 유치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세일러문도,
[미안해 솔직하지 못한 내가 /
지금 이 순간이 꿈이라면 /
살며시 너에게로 다가가 /
모든 걸 고백할 텐데. ]
모든 것은 꿈에서나 고백하겠다잖나.
포화상태의 것들을 정리하고
이번 연말연시만큼은 다시 시작하는 마냥 유난스럽게 보내 볼 작정이다, 몇년만에.
'현실 >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Intangible ideal (0) | 2025.02.11 |
---|---|
철옹성의 고백 (0) | 2025.01.11 |
Unhappiness average effect (0) | 2024.12.11 |
진짜 마음, 거짓마저 (0) | 2024.11.04 |
무리하는 이데아, 빈 속의 경제학 (1) | 2024.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