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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일상

2-Dimensional despair

by Onieeeon 2025. 1. 8.

 
 
 
 

 
해가 바뀌고 나서는 놀랍도록 차가워졌다.
지나온 것이 대체 뭐였고, 삶의 모서리에서 발뒤꿈치로 버티게 한 시간들이 대체 무엇이었는지-.
내가 나를 밀어버리지 않으려 버티는 동안 허겁지겁 쥐어댔던 것을 잘 정리하면서 아직도 멍-하다. 
 
타임루프 영화나 이세계로 떠나는 이야기들을 보면
떠난 곳에는 늘 모험과 더불어, 분명히 쓰러뜨려야 하는 악당과 주인공을 괴롭히는 문제의 해답이 분명히 있고
회귀해서는 서서히 잊혀지는 꿈결 같은 시간을 멋진 추억으로 회상하던데.. 
 
그러니까... 내 경우는 호주의 단편영화 [CURVE] 같은 것이었고, 거진 18개월 동안 지속됐던 것 같다. 
(영화도 10분이면 끝나긴 해..)
꽤나 예전에 봤던 터라 기억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에 불현듯 생각나더라.
 
가족들, 친구들, 나를 위하는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떻게든 지나왔지만 
상처 줄까 봐 입 밖으로 낼 수 없을 만큼 경계에 있었던 것을,

아무도 알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버티기도 했다. 
그래놓고 여기 구적구적 적어버려서 뭐 어쩌겠냐마는. ¯\(ツ)/¯
 
살아가면서 모두가 이런 시기를 겪는다고들 하지만, 누구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날들이었어. 
어떻게 해도 되지 않는 일들에,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어. 
별안간 디스크도 아닌데 허리가 아프고 발목이 아팠던 것도 힘들었고 
어쩐지 외모 콤플렉스가 치솟아서 못생긴 내가 혐오스러웠고
의연하게 해냈을 모든 일이 모조리 어긋나고, 밀리고, 잘못되어서 돌아왔다. 



영광 같은 영원한 절망. 발아래 선이 아닌 면을 딛고 있음을 여전히 의심하며,
절망, 너는 나를 뱉어냈구나, 내가 살아 나왔구나, 버텨 나왔구나-한다.
그동안 눈물을 고여두고 지냈더니 흐르게 하지 않는 방법도 터득했다.
그래서 아직도 마른눈을 유지하는 일은 어렵지만.
 

요 몇 년, 나는 새해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는 일에 날짜가 무슨 소용인지,
그러니, 해가 지나고 곧장 도래하는 생일이 사실 별로 반갑지도 않았다. 새해가 환기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걸레짝이 된 것들이 갑자기 사라졌고, 던전에서 쓰러져 1년 반 만에 쿨타임 끝나서 자동부활한 것처럼 일어났다.
메일함의 빨간불도 이제 다 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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