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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일상

초심자의 거종

by Onieeeon 2025. 2. 3.

 

 

 

 




2월의 첫 주말은 인생에서 처음 겪는 것들로 각각의 하루, 하루를 보냈다. 

 

 

§ 2.1

4분 반짜리 앙상블 한 곡을 위해 연습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무대에 오를 것을 염두에 두고 더 많은 연습을 했어야 했다. 

합주 연습할 때 디렉 봐주시러 온 선생님께서 이것저것 피드백 해주신 덕분에

한 달은 더 필요했을 연습과 고민이 10분 만에 해소됐다. 디렉팅이란 정말이지 멋진 것이다.. 

공연일이 다가올수록 벼락같이 연습해서 엉망일까봐 걱정했지만 그 덕에 많이 늘었다. 

 

본 공연에서는, 유연했던 리허설과는 달리 뻣뻣하게 허공을 응시한 채 완주했다. 

친구들과 작은 공연 뒷풀이 하면서 찍어준 영상 보는데 너무 우스웠음.

축하해 주겠다고 귀여운 이벤트를 쥐고 장장 두 시간을 흔쾌히 달려와준 것도 정말 고마웠고,

어떻게 이렇게 좋은 사람들뿐인가 싶어 세상만사가 감동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공연하는 게 재밌더라.. 다음 기회를 위해서 부단히 연습하고 지내야겠어.

 

 

§ 2.2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관심이지만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장거리는 이제 지겹고 괴로워.

 

즐겁게 흘러갔던 대화가 좋았는지 작은 고민 끝에 적극적으로 말씀주시길래,

분위기를 타고 캄캄한 밤에 결정할 일이 아니니 머리를 식히고 해가 뜰 때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넘겼다. 

나는 MC라도 된 마냥 대화를 진행한 탓에 목이 아파서 대추차를 우려다 먹으며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지 한참 고민하다가 잤다. 이런 거절도 처음이라 뒷골이 당겨.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관계를 지속하기에는 신경 쓰이는 것들이 

하필 치명적이기까지 해서 차라리 안 볼 걸, 모를 걸, 싶었다. 

애당초 서로에게 거절할 기회가 없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서, '밤새 뒤척였고 고민해 봤는데 정리하자'는 연락을 받고 잘 마무리했다.

좋은 사람과 여건이 맞지 않아 몰랐던 상태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은 좀 괴로웠다.

사람을 알아가는 자리에서 나는 또 진심이었고,

결국 제의 목적 따위를 간과해 버린 것이 정신을 너무 쇠약하게 했다.

모쪼록 관심 가져주셔서, 그리고 정신 차리고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목적이 뚜렷한 만남과 대화 속에서 내가 나로 있기 위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정립해 나가는 독특한 경험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바싹 마르거나 아주 질척거리는, 감성에 절여진 취향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가 참 중요했음. 

앞으로도 취향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한편으로는 슬퍼지기도.. 

자기 검열도 중독이다.

좋아하는 모든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모든 것을 나열해 두고,

대단한 취향도 아닌데 전리품인양 품고 지내는 게 어딘가 음침한가- 검열하다가 왠지 자존감이 약간 조각남. 

 

약속장소로 나서기 직전에 거의 2년간 하고 다니던 목걸이가 뚝 끊어진 것이

어쩌면 이 하루의 복선이 아니었을까, 이거 정말 극적인걸! 하며 혼자 조금 웃었다.

예쁜 목걸이를 또 찾을 때가 되었나 보다. 아무튼 이런 자리는 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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