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에 몰두하다 보면 갑자기 실의에 빠진다.
세상이 몽땅 뒤집어지고 현기증이 나고 사는 일이 허무해지고.
이래서 내가 뭘 해낼 수 있겠어.
보통 5시간 정도 자고, 3시간은 출퇴근, 9시간은 회사,
2시간은 글, 그리고 남은 5시간이 연습과 창작.. 과 산책의 시간.
(이렇게 규칙적인 줄 몰랐는데 써놓고 보니 나도 참)
기타와 바이올린을 약간 고가로 바꿨더니 연습할 맛이 나는 탓에 엄청 열심히 붙잡고 있다.
문제는 회사에서의 시간이 아까울 지경인 점이야.
일 하다가도 불쑥, 8시간씩 연습하고 음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다가 어느 날은 눈물까지 맺힌다.
어려운 것들은 연습하면 결국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 나를 아주 미치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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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하나 완성하겠다고 에뛰드 꼬박꼬박 1시간씩 끼워서 주 3회 3시간 정도를 연습하는데
분에 넘치는 기교를 익혀가다 보니 440Hz부터 실패한 상대음감 튜너가 된 것만 같다.
완곡을 하면, 주법이 흔들리고
주법을 해내면, 셈여림이 모호하고
셈여림을 해내면, 멀쩡하던 음정이 박살 나기 시작함.
전반적으로 됐나, 싶어서 원곡 템포 들어보다가 엄청 웃고 주제파악 했다.
매일 5시간씩 연습할 수 있으면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사람은 대체 왜 자야 하는 거며, 연습실은 왜 24시간이 아닌 것인가😕
기타 연습하다가 바이올린 연습하러 간 적이 있는데, 냅다 풀링 해서 혼자 또 한 10분 웃음.
파가니니 영혼에게 멱살 잡히는 기분이었음.. 언젠가 왼손 피치카토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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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는... 하이코드까지 그럴싸하게 잡고 있지만 기본기가 한참 부족해서 보이싱은 바로 안된다.
레슨 받을 시간은 없고, 되게 잘하고 싶지만 이렇게 엉망진창 띄엄띄엄해서야 원.
이러다 보면 건반이라도 잘하면 좋겠구먼 왜 이렇게 욕심을 그득그득 내는 것이야, 나녀석아.
정말.. 이래서, 고작 나는 뭘 해낼 수 있을까. 악기 정말 엄청나게 잘 하고 싶다.
도약/취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