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실/감상

무척 봄에 안녕하신가영

by Onieeeon 2025. 4. 23.

 
 
 
 
 
 
 
2025.04.21. PM 8:00(KST) @구름아래소극장
 
엮어내려고 쓰던 것을 훑다가 지겹고 거만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 지워버리려다가, 3/4 정도 지웠다.
허무해서 멍하니 있던 차에 [안녕하신가영] 공연을 예매했다. 
 
좋아하는 것을 대강 좋아하지 못하고 온 마음을 쏟아서 좋아하다 보니
가까이 가는 것조차 떨려서 공연 같은 건 예매했다가도 취소할 때가 많다. 
 
그래서... [좋아서 하는 밴드] 때부터 가영 님 공연에 가고 싶었는데 상기의 이유로
십몇 년 떨다가 이번에 드디어.. 
가려니 설렘이 또 비집고 나와서, 전날 밤에 급한 문장을 다듬어가며 편지도 써뒀다. 
 
첫 곡으로 <지고 있는 건 노을이에요, 그대가 아니잖아요.>를 '월요일 아니잖아요'로 
개사해서 들려주셨는데, 눈을 맞추는 건 역시 부끄럽고 근데 또 귀엽고 좋아서
눈을 피하지 못하고 빵긋 웃은 채, 동공을 덜덜 떨면서 봤다.
(근데 언니 사실은요... 언니를 바라보는 이 월요일은 정말 좋지만
보통의 월요일은 노을보다 빨리 져버렸으면 좋겠어요.)
 
가영 님 입담이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직접 들으니까 꽃이 방긋방긋 피는 것 같아서
웃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공연 막바지쯤에 내 정수리에 새싹이 돋아났던 거 같기도. 🌱
 
나는 계절이나 향으로 느껴지는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가, 
반드시 봄으로 피는 가영 님의 공연을- 마침 봄에 가게 되어서 조금 더 많이 좋았다. 
 
공연 끝나고 하이터치할 때, 수줍게 편지를 전하며 앞주머니에 수납해 달랬더니
착실하게 수납하고는 딱 맞다며 빵긋 웃으셨다.
갑자기 뭔가 부끄럽고 어쩔 줄을 몰라서 제가 좀 눈물이 난 채로 귀여워했던 거 같아요.
왜 이렇게 좋은 것 앞에서는 기름칠 못한 깡통인형 같아지는지.. 
 
--
 
여담인데, 공연 가기 전 시간이 조금 떠서, 공원에서 책 읽다가 어느 낯선 행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었다.
포교라든가 조상님을 찾는 분은 아니셨고.. 그냥 평범한 대화였다. 
실상 어떤 의도가 있으셨는지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막 불편하진 않았고 아무튼 행복하셨으면 해서
모르는 행인분의 행복을 응원하며 공연장으로 왔다. 
되게 무해했던 것 같아서 이번 공연과 함께 특별한 기억이 됨... 
 
 
 
쓰고 보니 온 내용이 좋다 좋다 뿐이네 하하. 
 
 
 
 
 
 
 
 
 
 안녕하신가영_월요일에도 봄이 떠오르면 좋겠어요

'현실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면서' 웃으면  (0) 2025.06.11
다만, 쓰여질 뿐인  (0) 2025.04.24
앞 좌석 발로 차지 않기  (0) 2025.01.26
미수취 우편의 독백  (1) 2024.11.28
가을에 부는 당신의 여름  (3)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