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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상

다만, 쓰여질 뿐인

by Onieeeon 2025. 4. 24.

 
 
 
 
 
 
2025.04.24. PM 12:00(KST) 이인규 'Prologue'   
 
 
아 엄청 기다렸다. 
그리고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다만'은 도대체 어떻게 맺어질까, 되게 궁금하던 찰나였다.  
티저 공개되고, 오 이번이구나, 싶었다.
광인 같을까 봐 일부러 좀 천천히 반응하고 싶었지만.. 
속이 바빠져서 밥 먹다 말고 이어폰을 더듬었다. 
 


 
 
그래, 맞아, 너-무 좋은 것들은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결말이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주 좋은 것의 결말에 도달하는 게... 아쉽다기보다는 나는 사실 무서웠던 것 같다. 
 
가장 처음의 설렘과 이후의 좋은 기분들은 꽉 붙잡아두고 계속계속, 계속 품고 싶은데 
너무 짧은 시간에 휘발되는 것 같다. 좋은 것의 끝에서, 역시나 아쉽기보다는 역시나 무서웠다. 
그렇다고 꼭 영속을 바라는 건 아닌데. 그냥, 아무것도 끝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처음 너를 알게 된 사건만으로도 앞으로 내 마음은 거의- 영원할 것을 알고 있었다. 
가끔은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것 앞에서 고대비를 이루는 초라하고 못난 나를 보기도 해. 
그럴 때면 내가 저들에게 어울리지 않고 필요하지 않고 스며들 수 없다는 생각에 사지가 굳는다.
무력하게 마지막에 닿기 전에 언제든 도망갈 수 있게, 항상 두 발 뒷전에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처음부터 없었던 때로. 
그렇게 최초로 돌아가면, 여전히 영원한 나는 너를 처음 알았던 때를 떠올리겠지만
두 번 다시 표지를 들추지 않기 위해서 모든 페이지에 풀칠을 해버릴 작정이다.   
-


곡 진행이 범상치 않아서 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고,
숨쉬기를 포기한듯한 가사의 양이 마음에 들었다(?)
<나의 정원에 - 여름이 되어 머물고 있어>라는 가사가 감각적으로 와닿아서 그 부분을 자꾸 들었다. 
마치 잔잔한 물웅덩이에 가벼운 물방울이 떨어져 파동이 시작되는 것처럼 페이드인으로 시작하는 것도,
마지막 가사를 마치지 않은 것도, 거기서 모든 게 침묵하는 것도,
이 음악이 3분 22초로 등록되었다는 것 말고는 끝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아주 부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 말이야, 인규는, 매번,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음악을 들려주는 아티스트면서,  
끝나지 않길 바라는 가사의, 끝이 나버리는 곡을 들고 나오다니 너무하다는 생각도 했다. 촴나. 
 
아무튼 스트리밍 플랫폼에 성실하게 적어둔 아티스트 노트가 엄청 귀엽다.
작품 같은 음악을 하겠다더니, 정말 멋지게 해내고 있어요.
 
 
 
 
 
 
 
유어썸머_이인규_Pro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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